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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내가 오늘 밤마다 전화를 건다 — 5화. 마지막 통화

전화가 다시 울렸다. 받기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고, 나는 창밖이 있던 자리를 봤다.

전화벨이 세 번째 울렸다.

화면에 비친 내가 입을 벌렸다. 이번에는 소리도 들렸다. 스피커에서 났는지, 유리 안에서 났는지 알 수 없었다.

“거기 누구 있어?”

어제의 나였다. 방금 내가 다시 걸어 달라고 부탁한 사람.

그 뒤로 내가 살던 방이 보였다. 식탁 위에는 예전 휴대폰과 메모장이 있었다. 벽시계가 움직였다. 작은 화면을 통해서도 방 안에 공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나는 유리에 검지를 댔다.

화면 속의 내 검지가 검어졌다.

그가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색이 빠지는 것을 보고 문질렀다. 내가 화면에서 손을 떼자 멎었다.

부엌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봤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 하나야.”

시간은 11시 19분 46초였다.

어제의 나는 아직 나를 구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휴대폰을 귀에 대려고 했다가, 화면을 다시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고 눈썹을 모았다.

나는 저 표정을 알았다. 숫자가 맞지 않는 견적서를 볼 때 짓는 표정이었다. 잠깐만 기다리면 알 수 있을 거라는 얼굴.

“미안해.”

그가 나를 봤다.

그때는 알았다.

나는 초록색 버튼을 눌렀다.


냉장고가 돌아갔다.

차가 지나갔다. 위층에서 의자를 끌었다. 열린 창문으로 누군가 피우는 담배 냄새가 들어왔다.

나는 식탁에 엎드린 채 숨을 쉬었다. 들이마셔도 들이마셔도 부족했다. 옆에 놓인 물컵을 넘어뜨렸는데 손을 뻗지 못했다. 물이 식탁 끝에서 무릎으로 흘렀다.

휴대폰은 내 귀 아래에 있었다.

“돌려줘.”

나는 눈을 감았다.

“야. 돌려줘.”

목소리가 멀어졌다. 누군가 그의 옆에서 말을 걸었다. 처음이냐고 묻는 목소리였다.

11시 20분이 되었다.

통화가 끊겼다.

나는 휴대폰 날짜를 봤다. 금요일이었다. 수연에게서 온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내일 아홉 시 반쯤 갈게. 반찬 냉장고 비워 놔.

답장을 썼다가 지웠다.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네 번 갔다.

“왜.”

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휴대폰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왜 전화했냐고.”

“그냥.”

“술 마셨어?”

“아니.”

“목소리가 왜 그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수연은 한숨을 쉬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드라이기 끄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데.”

나는 눈물이 흐르는 쪽 뺨을 손등으로 닦았다.

“정직원 됐다며.”

“엄마가 말했어?”

수연이 웃었다. 서운한 척을 하려고 했지만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내가 말한다고 했는데. 엄마 진짜.”

“축하해.”

“그래. 내일 비싼 거 사 와. 나 반찬만 갖다주고 갈 거 아니야.”

“자고 가.”

“뭐?”

“늦으니까. 자고 가라고.”

수연은 알겠다고 했다. 다음 날 오후에 출근이라 늦잠 자도 된다고 했다. 빨래 좀 해 두라고도 했다. 지난번에 잤을 때 이불에서 냄새가 났다고.

나는 통화를 끊고 세탁기를 돌렸다.

밤 열두 시에 이불을 빨았다. 세탁기가 흔들릴 때마다 욕실까지 가서 보고 왔다. 진동이 발바닥으로 올라왔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왔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왔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그만뒀다. 늦은 시간이었고, 이쪽의 어머니는 딸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수건으로 식탁의 물을 닦았다. 예전 폰에서는 통화 녹음이 계속되고 있었다. 정지 버튼을 누르려다가 재생 막대를 잘못 건드렸다.

내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만 다시 걸어 줘.

나는 전원을 껐다.


토요일에는 집 안의 시계를 맞추지 않았다.

오후에 장을 보고, 아홉 시에는 수연이 일하는 카페 앞에 갔다. 수연이 유리문 너머로 나를 보고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손가락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표시를 했다.

나는 카페 밖 의자에 앉아 마감을 기다렸다. 수연은 커피 머신을 닦고, 의자를 올리고, 동료와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다가 웃었다. 내가 모르는 수연의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연이 장바구니를 내밀었다.

“엄마가 통 돌려 달래.”

나는 장바구니를 받았다. 귤이 한쪽으로 굴렀다.

“이건 내 거.”

수연이 흰 봉투를 줬다.

“안 줘도 돼.”

“주기로 했잖아.”

나는 봉투를 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집에 와서야 영수증을 펼쳤다.

나 정직원 됨. 첫 월급. 이제 안 빌린다 ㅋㅋ.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연은 신발을 벗으며 냉장고에 넣을 반찬과 바로 먹을 반찬을 구분해 줬다. 나는 세 번이나 같은 것을 물었다. 수연이 결국 직접 넣었다.

“오빠 진짜 어디 아파?”

“잠을 못 자서.”

“회사 때려쳐. 내가 삼십만 원 빌려줄게.”

나는 웃었다. 수연도 웃었다. 그 웃음이 끝나는 게 싫어서 뭐라도 더 말하려 했지만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만두를 구웠다. 프라이팬은 더러웠다. 나는 그것을 이미 씻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 방에서 보낸 토요일은 아직 그만큼 지나가지 않았다.

수연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골랐다. 나는 만두 바닥이 타는 것을 알면서도 한동안 뒤집지 않았다. 프라이팬에서 기름 튀는 소리가 났다.

10시 16분.

수연은 뜨거운 만두를 입에 넣고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10시 17분.

나는 물컵을 건넸다.


전화는 11시 17분에 왔다.

수연은 욕실에 있었다. 물소리 때문에 벨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는 베란다로 가서 문을 닫고 받았다.

내일 무슨 일이 생기는지 말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왜 그랬어.”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수연을 살려 주겠다고 약속했던 사람. 내가 부탁하자 이유도 모른 채 다시 전화를 걸어 준 사람.

“미안해.”

“그런 말 말고.”

나는 전화기를 왼손으로 옮겼다. 오른손바닥에 땀이 났다.

“여기 불이 안 켜져.”

그가 말했다.

“문도 없어.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 다 내 목소리야.”

나는 베란다 밖을 봤다. 맞은편 아파트에서 누군가 빨래를 걷고 있었다.

“이제 줄이 이쪽으로 붙었대. 매일 이 시간에 너한테 걸 수 있대.”

그는 옆에서 들은 말을 전하는 것처럼 말했다. 아직 누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고 믿는 목소리였다.

“네가 다시 걸어 주면 된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번만.”

욕실 문이 열렸다. 수연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 내가 베란다에 있는 걸 보고 손가락으로 거실 등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이 불을 하나 껐다.

“수연이야?”

전화 속에서 그가 물었다.

“살았어?”

“응.”

그는 울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을 못 했다. 나는 그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어젯밤 내가 듣게 해 줬던 드라이기 소리는 그에게 없었다.

“목소리 좀.”

나는 베란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수연은 소파에 이불을 펴고 있었다. 베개를 손바닥으로 두드려 가운데를 낮췄다. 늘 그렇게 했다.

휴대폰을 가져다주면 될 일이었다.

나는 손잡이를 놓았다.

그가 수연에게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그 뒤로 3주가 지났다.

수연은 주말마다 카페의 남은 빵을 가져왔다. 나는 냉동실에 빵을 넣을 자리를 만들었다. 반찬통은 두 번 돌려줬고, 한 번은 잊었다.

부장은 바뀐 납기 때문에 짜증을 냈다. 나는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 점심에 먹은 국수는 맛이 없었다. 우산을 잃어버렸다.

전화를 안 받으면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서웠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밤마다 같은 번호가 울렸다. 한 번은 차단했고, 다음 날 같은 시각에 다시 울렸다. 그는 욕을 하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어떤 날은 수연의 안부만 물었다. 뒤에서 들리던 목소리는 점점 많아졌다.

나는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목요일 밤, 수연이 새로 나온 빵을 가져왔다. 마감까지 혼자 맡게 됐다고 투덜거렸다. 나는 대꾸하며 그릇 두 개를 꺼냈다.

11시 17분에 휴대폰이 울렸다.

내가 저장해 둔 이름은 이제 화면에 뜨지 않았다. 언제부터 바뀌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다시는 내일에서 전화가 오지 않게 된 날부터였다.

어제의 나.

수연이 빵 봉지를 뜯다가 화면을 봤다.

“누군데 맨날 이 시간에 전화해?”

나는 휴대폰을 뒤집었다.

“안 받아도 되는 거.”

MARGIN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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